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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란제리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 이유있는 추락

빅토리아 시크릿 추락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명의 권력자가 여성 혐오, 왕따, 성적 괴롭힘 등 뿌리 깊은 잘못된 문화를 주도한 것으로 뉴욕 타임즈가 보도했다. 기사 내용을 요약했다.

2020.02.05



최근 <뉴욕 타임즈> 보도 기사에 따르면,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모회사 L 브랜즈가 직원과 모델들에 대한 여성 혐오와 성적 괴롭힘 문화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빅토리아 시크릿은 수많은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니티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파격적인 카탈로그와 패션쇼는 인기의 시금석이었다. 또한 모델들에게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이 된다는 것은 국제적인 명성을 보장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모든 영광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소송 관련 서류 뿐 아니라 뉴욕타임즈가 진행한 전현직 임원, 직원, 계약자, 모델 등 30명 이상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두 명의 권력자인 L 브랜즈를 설립한 억만장자 레즐리 웩스너 회장과 빅토리아 시크릿 마케팅 책임자를 역임한 에드 라젝이 여성 혐오, 왕따, 성적 괴롭힘 등 뿌리 깊은 잘못된 문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빅토리아 시크릿 모회사 L 브랜즈의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에드 라젝(Ed Razek)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자주 지적을 받았다.


그는 모델들에게 키스하려고 하고, 무릎 위에 앉으라고 지시했으며 심지어 2018년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앞두고 속옷을 입은 모델의 가랑이를 만져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 =
빅토리아 시크릿의
잘못된 성 추행 문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레즐리 웩스너와 에드 라젝.


임직원들이 레즐리 웩스너(Leslie H. Wexner) 회장에게 그의 참모 에드 라젝의 잘못된 성 추행을 지적하면 개선되지 않았고 곧바로 보복에 직면했다.


대다수 모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나체 촬영을 강요하는 윗선의 결정을 암묵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모델 앤디 뮤즈는 마케팅 담당 최고 책임자였던 에드 라젝의 부적절한 성적 제안을 거절한 후 괴씸죄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 배제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에드 라젝은 레즐리 웩스너 회장 대리인으로 인식되면서 어느 누구도 맞설 수 없는 천하무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고 전현직 직원들이 증언했다.



에드 라젝의 부적절한 행동을 직접 목격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 홍보 담당 직원 케이시 크로우 테일러는 "에드 라젝의 부적절한 행동은 뿌리깊은 관행으로 회사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거의 세뇌와 같았으며 항의했던 사람들은 결국 처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즈는 모델과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빅토리아 시크릿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L 브랜즈 레즐리 웩스너 회장과 성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가 공개되었을 때 이미 주목을 받았다. 레즐리 웩스너 회장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관리했던 제프리 엡스타인은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의 채용 담당자로 가장해 일부 젊은 여성들을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왼쪽부터 성 범죄자로 수감되어 있던 중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에게 재산 관리를 맡긴 레즐리 웩스터.


각종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에드 라젝은 '뉴욕타임즈'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기사에서 제기한 혐의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잘못 해석되었거나 문맥에서 벗어난 것이다"며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편 레즐리 웩스너 회장이 지난 1982년 100만 달러에 사들여 란제리 강국으로 변신시킨 빅토리아 시크릿은 현재 회사의 존망이 걸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으로 지난 수년 동안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규정하는 사회적 규범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신체 유형, 피부색, 성 정체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은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현재 L 브랜즈의 주가는 2015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와 비교해 75% 이상 하락했다.




또한 매년 방영되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거의 20년 만에 방송사 TV에서 퇴출당했다. 또한 71세의 에드 라젝은 지난 8월에 L 브랜즈에서 하차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은 82세의 레즐리 웩스너 회장은 은퇴와 함께 란제리 회사 매각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들이 진행됨에 따라, L 브랜드의 여성에 대한 처우는 훨씬 더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시대착오적인 마케팅에 대한 비판은 지난 2018년 에드 라젝이 패션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트랜스젠더 모델을 캐스팅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표명하면서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후 지난 여름 빅토리아 시크릿 레즐리 웩스윅 회장의 재산 관리 담당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기소되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고질적인 직원과 모델에 대한 여성 혐오와 성적 괴롭힘은 공공의 위기로 확대되었다.



레즐리 웩스너 회장은 제프리 엡스타인의 위상을 높여주고 그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수십억 재산의 관리를 맡겼다. 레즐리 웩스너 회장은 플로리다 검찰이 제프리 엡스타인을 성범죄로 기소한 다음 해인 2007년경에 제프리 엡스타인과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어린 모델들에게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로 키워준다고 거짓말하며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인 도로 알려진 한 여성은 지난 여름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때문에 연방법원에서 낭독한 성명서에서 "나는 오디션에 대비하기 위해 내 모든 돈을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를 사는데 썼다. 마치 매춘을 위한 캐스팅 콜처럼 보여 마치 지옥에 빠진 기분이었다."라고 밝혔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지난 8월 연방법원에서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감옥에서 자살했다.


레즐리 웩스너 회장과 함께 여성 학대의 또다른 주범인 에드 라젝은 모델들에게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이라는 거대한 깃털이 달린 날개를 달아주며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지구촌 최대의 연례 패션쇼로 정착시키는 업적을 내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 CEO 신시아 페두스-필즈는 "에드 라젝은 빅토리아 시크릿 사업에만 몰두했으며 2000년부터 레슬리 웩스너 회장을 대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고 증언했다.



모델과 전현직 임원에 따르면, 에드 라젝은 종종 모델들에게 그들의 경력이 그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목격자에 따르면, 캐스팅을 할 때 에드 라젝은 가끔 브래지어와 속옷 차림의 모델들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으며 자기 무릎 위에 앉으라고 권했다. 두 명의 모델은 에드 라젝이 그들과 사적인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한 명이 앤디 무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2년째인 2007년, 당시 19세의 앤디 뮤즈에게 에드 라젝은 은밀한 이메일과 함께 터키와 카이코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도미니카 공화국에 함께 살 집을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등 집요하게 추행을 계속했다.



에드 라젝이 초대한 저녁식사를 그르친 그녀는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선 지 4년 만인 2008년 결국 탈락했다.


또 2018년 패션쇼를 앞둔 피팅 룸에서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는 방송 기준에 맞는 속옷을 측정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에드 라젝은 "팬티는 잊어버려"라고 크게 말하고 TV 방송에서 벨라 하디드를 가슴이 노출한 상태에서 런웨이를 걷게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하며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한 직원은 에드 라젝의 여성 비하적인 발언과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접촉이 내용이 12개 이상의 혐의를 열거한 문서를 인사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홍보 담당 직원이었던 케이시 크로우 테일러는 "2015년 6월 화보 촬영에서 직원들이 뷔폐 점식 식사를 하는 중  에드 라젝이 음식을 한번 더 음식을 가지러 간 그녀의 접시를 가로채 아래 위로 훑어보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몸무게에 대해 질책하고 파스타와 빵을 그만 먹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장 177cm에 몸무게 64kg인 케이시 크로우 테일러는 화장실로 피신해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 인사부에 불평을 토로했지만 아무일도 없었고 결국 그녀는 몇 주 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에드 라젝은 레즐리 웩스너 회장의 대리인으로 멋대로 회사를 경영했으며 레즐리 웩스너 회장은 2013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암센터에 있는 에드 라젝의 이름이 들어간 120만 달러의 기금 조성에도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 빅토리아 시크릿의 사진작가 중 한 명이었던 러셀 제임스는 에드 라젝과도 친했으며 모델들의 누드 사진을 자주 찍었다. 


누드 사진 촬영은 빅토리아 시크릿과 모델들이 계약한 정식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러셀 제임스는 자주 누드 사진 촬영을 요구했으며 모델들은 그에 대한 게런티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러셀 제임스는 "소녀들이 자신의 책이나 초상화 시리즈 누드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러셀 제임스는 고급스러운 컬렉터 북인 '천사들(Angels)'를 출판했는데, 이 책에는 누드 사진 일부가 실렸다. 그의 변호사 마틴 싱어에 따르면, 모델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포함시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현재 러셀 제임스의 웹사이트에서 두 권의 책이 1,800달러와 3,6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4년 뉴욕 패션 위크 기간 동안 '천사들'의 출판 행사를 주최했다. 참석자 중에는 슈퍼모델과 당시 빅토리아 시크릿 CEO 사렌 터니가 포함되어 있었다.



러셀 제임스의 변호사 마틴 싱어는 "러셀 제임스가 모델들에게 누드나 다른 사진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도록 요구하지 않았으며 에이전트의 요청에 따라 네케르 섬에서 누드 사진을 찍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앨리슨 닉스는 마틴 싱어의 발언에 대해 "끔찍하다"고 말했다.



앨리슨 닉스는 "다른 모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네케르 섬으로 갔고 그곳에서 많은 양의 술을 제공되었으며, 부유한 남자들이 우리에게 추근대며 시시덕거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우리는 고급 매춘부인가 자선단체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으며 섬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러셀 제임스 앞에서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고 밝혔다.


주말에 찍은 앨리슨 닉스의 사진 두 장 중 하나는 옆 모습으로 가슴은 가렸지만 하반신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러셀 제임스의 책 '천사들'의 중간쯤에 게재되었다. 이후 앨리슨 닉스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무대에 서지 않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