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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루이비통' 산동루이, M&A 부메랑...마쥬·산드로 새 주인 누가 되나?

중국 섬유재벌 산동루이 그룹의 과도한 해외 럭셔리 브랜드 인수합병(M&A) 행보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먼저 5년전에 인수한 산드로, 마쥬, 끌로디피에로를 보유한 SMCP 패션그룹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21.11.07



중국의 거대 섬유재벌 산동루이 그룹(Shandong Ruyi Group)의 과도한 해외 럭셔리 브랜드 인수합병(M&A) 행보가 코로나 국면에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리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먼저 산동루이 그룹이 5년전에 인수했던 SMCP 패션그룹은 매각 절차를 거쳐 곧 주인이 바뀔것으로 보인다. 

SMCP는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산드로(SANDRO), 마쥬(MAJE), 끌로디피에로(CLAUDIE PIERLOT)를 보유한 패션그룹으로 전세계 43개국에 1,6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산동루이 그룹은 유럽 자회사 톱숍을 통해 SMCP에 대한 지분 53%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톱숍이 지난 9월 21일 자로 만기 도래한 전환 사채 2억 5,000만 유로에 대한 채무를 불이행함에 따라 자산운용사 블랙 록(BlackRock), 사모펀드 카라일(Carlyle) 등이 포함된 채권자 그룹 GLAS가 지분 29%, 22.3% 의결권을 확보해 SMCP 최대 주주가 됐다.


산동루이 측은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GLAS측이 매각을 원하고 있으며 프랑스 금융 감독 당국(AMF)을 통해 SMCP 주총 소집과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산동루이 그룹의 자회사 탑샵은 지난 4일(현지시간) SMCP 주식 1,200만주의 추가 지분을 미확인 제3자에게 매각해 SMCP 지분을 8%로 줄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산동루이 그룹은 1993년 산둥성에 설립된 중국 민영 방직의류기업으로 '세계화를 통해 중국의 루이비통이 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6년 기준 매출은 500억 위안(약 8조5000억원), 순익은 28억5000만 위안으로 중국 방직섬유기업 1위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루이비통 그룹을 꿈꾸며 기업 인수합병(M&A)에 투자된 자금만 400억 위안(57억 달러, 약 6조6,800억원)에 달했다. 이중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에 40억달러(약 4조원)을 쏟아부었다. 



산동루이는 2010년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의류기업 레나운(Renown) 지분 41.53%를 40억엔(3500만달러. 392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프랑스 간판 패션그룹인 SMCP의 지분 80%를 13억유로(약 1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또 2017년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아쿠아스큐텀(Aquascutm)과 깁스 앤 호크스(Gieves & Hawkes), 켄트 앤 코웬(Kent & Curewn), 세루티 1881(Cerruti 1881)를 소유한 홍콩의 트리니티 그룹을 인수했으며 다음해인 2018년, 스위스의 명품 브랜드 발리(BALY)의 지분 78%를 1억 유로(약 133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럭셔리업계의 포식자로 떠올랐다.


당시 1851년 스위스의 구두 장인이 만든 발리가 중국기업의 품에 안기며 전세계 패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9년에는 듀폰으로부터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세계 3위 업체인 라이크라(Lycra)를 인수하고, SMCP를 통해 프랑스 명품 남성복 ‘드퓌르사크(De Fursac)’를 인수했다. 이중 빚을 내서 투자한 경우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라이크라의 경우 인수 대금 26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를 차입에 의존한 산둥루이는 지난해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하고, 그룹 전체가 신용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사진 =
발리는 2021년 가을 중국 배우 조니 황(Johnny Huang)을 광고 캠페인 모델로 발탁했다.


산동루이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 2019년부터 예견돼 왔다. 

국제 신용 등급기관인 S&P와 무디스가 산동루이가 발행한 해외 채권 만기 도래분에 대한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한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한층 상황이 나빠졌다.

산둥루이 그룹은 민영기업이지만,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지난 2019년 10월 산둥루이가 부채 리스크를 이유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기존 B2에서 B3로 강등되자,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산둥루이 그룹 지분 26%를 35억위안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구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LGFV는 산둥루이 자금 융통 요청을 거절하고 지분 매입 합의까지 취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산둥루이는 신규 금융기관 자금 조달 루트가 완전 차단되며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다.

↑사진 = 250년 역사의 영국 브랜드 '깁스 앤 호크스(Gieves & Hawkes)' 이미지

계약 불이행, 인보이스(송장) 미결제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 신용이 크게 흔들리며 산동루이 그룹 산하의 영국 브랜드 기브 앤 호크스 등은 거래선 포르투갈 칼베렉스(Calvelex), 이스라엘 바기르(Bagir) 등으로부터 물품 대금 지불 지연으로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산동루이 그룹이 2010년 인수한 일본 레나운사는 기업 회생절차를 중단하고 파산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버버리와 한때 쌍벽을 이루었던 170년 역사의 영국의 명품 브랜드 아쿠아스큐텀은 비운의 브랜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깁스 앤 호커스와 형제 브랜드 켄트 앤 코웬, 세루티 1881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부실기업의 잇따른 디폴트 사태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축소와 대외 시장 개방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부실기업 청산을 위해 칼을 빼들고 대규모 디폴트를 용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리한 M&A가 오히려 경영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패션엔 류숙희 기자

fashionn@fashio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