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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옷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디자이너 ‘뮌(MÜNN)’ 한현민, 세계 무대를 밟다
세계 패션계는 테일러드부터 스트리트, 남성복과 여성복 등 경계를 허물어가는 ‘바운더리 리스(Boundaryless)’ 시대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뮌’의 한현민은 런던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복을 사용해 K-패션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2019.07.042019년 6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가 런던 패션위크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뮌(MÜN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현민 디자이너.
2013년 자신의 브랜드 뮌을 런칭한지 7년 만의 성과다. 텐소울 4년 연속 선정, 울마크 프라이즈 결승 진출, 서울패션위크 베스트 디자이너상 수상 등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왔지만, 유럽 무대에서의 컬렉션 발표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뮌(MÜNN)’은 자신의 이름 한현민의 마지막 글자인 ‘민’의 독일식 발음이다. 뮌은 ‘낯설게 하기’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봉제 순서와 방법, 패턴 메이킹, 디테일,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러한 디자인 패션 철학은 2020 봄/여름 런던 남성복 패션위크에서도 그 가치를 발휘했다. 한복에서 영감을 받아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재현해낸 디자이너의 능력은 현지에서도 신선함으로 주목받았다.
런던에 패션쇼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근황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 와서도 똑같이 바쁘네요”라며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서 흥분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멋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브랜드를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는, 이제 막 세계 무대에 발을 디딘 한현민 디자이너를 가로수길 쇼룸에서 만났다.
트렌드보다는 기본과 특별함에 충실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드는 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현민은 대중성이나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는 스무 살 전까지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데는 굳은 의지가 필요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패션 잡지를 챙겨보며 그 꿈을 키웠고, 이후 자신의 전공과 관련 없는 패션 스쿨 사디(SADI)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이후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와 ‘레이’ 등에서 인턴으로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고, 2013년 자신의 브랜드 ‘뮌’을 런칭했다.
한현민은 처음부터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옷보다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정교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하는 남성복 브랜드에서 일하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결국 실현해냈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대중성에 휩쓸리는 유혹이 있기 마련인데, 그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보통 패션 디자이너는 트렌드에 예민하고 유행에 발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한현민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트렌드를 읽기 위해 따로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따로 하는 건 별로 없어요. 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뭔가를 한다면 그건 유행을 좇기 보다는 좋은 걸 많이 보려고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좋은 작품과 전시를 찾아다니고, 지금도 끊임없이 패션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 패턴도 직접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현민 디자이너. “어느 정도에서 끝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정말 멋있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거라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잘 팔리는 상품은 싸게 해서 많이 팔자’는 생각보다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디자인의 본질에 더 집중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 반짝스타보다는 인정받는 데 오래 걸리더라도 옷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런던패션위크에서 새로운 날개짓
한현민에게 이번 2020 봄/여름 런던 남성복 패션위크에 참여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마찬가지로 런던 현지에서도 처음 보는 ‘뮌’이라는 브랜드는 낯설면서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낯설게 하기’라는 브랜드의 철학에 맞게 한복에서 소재와 모티프를 얻어 서양식 테일러링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은 런던에 모인 세계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뮌은 이번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와 서양의 테일러드 슈트, 그리고 핫 트렌드인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룩을 선보였다. 한현민은 한복의 실루엣, 매듭, 복주머니 등의 디테일을 의상에 반영했고, 한복의 전통 소재인 오간자, 자카드, 실크 등을 활용해 서양의 테일러드와 아웃도어 의상을 만들었다.
나일론과 튤 등 서양의 원단을 사용해 한복의 실루엣을 재현하는 새로운 시도도 돋보였다. 또한 갓을 연상시키는 헤드피스를 아방가르드하게 표현했으며 튤 양말과 샌들을 매치하는 등 다양한 액세서리로 런던에서의 데뷔 패션쇼를 낯설면서도 다채롭게 꾸몄다.
한현민은 이번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은 한복에 대해 “뮌의 초창기에는 한국 같지 않은, 서양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최근에는 저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도 전통적인 것들로 변하고 있어요. 지금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데, 저는 제가 관심이 가는 쪽으로 컨셉을 잡거든요. 또한 한복은 유럽에서 봤을 때 신선한 소재여서 더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인상 깊은 피날레로 주목받았다. 그는 피날레에서 가먼트 백(양복 커버)을 모델들에게 입혀 패션쇼를 마무리했다.
이런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친 피날레에 대해 그는 “저는 입어서 예쁜 옷, 입어서 날씬해 보이는 옷보다 컨셉추얼한 옷들을 좋아해요. 개념적인 것과 실험정신을 발휘한 건데, 피날레에서 그 시즌의 모든 옷을 볼 수 있는 걸 쿨하게 포기했어요. 직접 보여주지 않고 관객들이 직접 옷을 떠올릴 수 있게 가먼트 백으로 덮어버린다는 개념으로 작업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피날레 후 외신들은 한현민에게 피날레의 의도를 물으며 ‘뮌’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했고, ‘뮌’의 이번 컬렉션은 ‘런던의 스타 탄생(Star is born in London)’이라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글로벌 브랜드가 궁극적인 목표
‘뮌’의 런던 남성복 패션위크 데뷔는 또 다른 시작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말에 한현민 디자이너는 “점점 더 글로벌해지는 게 목표”라며 단호한 의지를 실어 말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문화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가지만 K-패션이라는 키워드는 명확하지 않다. 런던에서 느낀 K-패션의 현주소에 대해 그는 “K-패션을 사람들이 따로 생각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한국에서도 해외 시장에서 많이 알려진 브랜드들이 있는데 그들은 그냥 ‘우영미’고, 그냥 ‘준지’죠. 브랜드 자체로 여겨져요.”라고 말하며 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K-패션의 존재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우리 브랜드가 세계 패션계에 알려지는 게 가장 큰 숙제인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우영미 선생님이나 준지처럼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런 하이엔드 브랜드를 하고 싶어서 런칭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국내 시장에서 뜨기 위해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하이엔드 브랜드로 오래 갈 수 있고, 외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K-패션을 알리는 글로벌 전령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아직은 세계 패션 시장에서는 K-패션이라는 키워드보다는 브랜드 자체로만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 대한 명확한 꿈을 가진 그에게서 K-패션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실하게 엿 볼 수 있었다.
현재 세계 패션계는 테일러드부터 스트리트, 남성복과 여성복의 젠더리스 등 점점 경계를 허물어가며 변화를 거듭하는 ‘바운더리 리스(Boundaryless) 시대’다. 이런 패션계에서 ‘낯설게 하기’라는 패션 철학을 꾸준히 실현하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한현민 디자이너.
그를 통해 언젠가 글로벌 패션 시장에 우뚝 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K-패션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한현민은 런던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복을 사용해 K-패션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이제 그만의 한국적인 DNA가 해외 진출의 강력한 무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패션엔 이민지 기자
fashionn@fashio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