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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트럼프 의상 제공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찬반 갑론을박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에 대한 의상 제공 거부 디자이너와 찬성 디자이너들 간 찬반 갑론을박이 대통령 취임식이 3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마치 영국의 블랙시트처럼 신구 디자이너들의 세대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에 밝힌 디자이너들의 찬반 입장을 들어본다.

2017.04.15



지난 2016 미국 대선에서 미국 디자이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낙선보다 더 주목을 끈 것은 일부 패션 디자이너들이 새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의 취임식 의상 제공 거부 선언이었다. 이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디자이너들과의 친화적인 관계와 멜라 트럼프가 16세때부터 모델로 데뷔한 패션 모델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반응이었다

 

일부 유명 디자이너들이 의상 제공을 거부한 표면상의 이유는 자신의 브랜드가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실상은 도날드 트럼프 정부정책에 반대한다는 의미와 '트럼프 정서'를 반영한 주장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진 =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랄프 로렌의 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


일부 자국 디자이너들의 의상 제공 거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멜라니아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식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파우더 블루 슈트를 선택하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동참했다. 취임식 전날 알링턴국립묘지를 방문했을 때는 이민자 가정 출신 디자이너 노리솔 페라리의 검은색 하프 코트를 착용했다. 평소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온 멜라니아 트럼프의 미국 디자이너 의상 착용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맬라니아 트럼프가 최근 백악관 초상화 룩으로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를 블랙 블레이저를 선택하고 4월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계 미국 디자이너가 아닌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의 레드 드레스와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텡의 구두 제품을 착용해 미국 디자이너들의 의상 제공 거부 논란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퍼스트레이디로서 패션 전략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미디어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와 미국 디자이너들과의 감정 대립은 다시 격화되었다. 

 

↑사진 = 백악관 초상화 사진에서 돌체&가바나 블랙 블레이저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


현재 시점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드레싱에 대한 미국 디자이너들의 불확실한 논쟁은 조만간 끝날 것 같지 않으며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크리스찬 시리아노가 멜라니아 트럼프 의상 제공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명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멜라니아 트럼프 의상 제공에 거부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찬성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타미 힐피거와 캐롤리나 헤레라는 찬성입장이다.

 

↑사진 =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렌티노 레드 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무대 플랫폼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메세지를 표출시켰다. 패션과 정치가 얽혀있는 미국의 현실과 상업적 이익을 감안하면 사실 디자이너들이 한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 레이디의 의상 제공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상업적 이익과 정치적 소신과 신념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대변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신을 통해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의상 제공 찬반 의사를 밝힌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주장을 소개한다.

 

가장 최근에 입장을 발표한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퍼스트레이디에게 의상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불행히도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없으며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하는 일들을 지지한다. 브랜드를 입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잭 포센도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더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와 패션은 밀접하다고 생각한다현재 미국에는 LGBT의 인권, 이민, 예술 기금, 가족계획연맹, 여성 인권 등 불합리한 이슈들이 산재해있다.나는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위해 싸우고,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고 기금을 낸다. 나는 모든 브랜드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상 제공 거부 움직임에 불을 지핀 디자이너 소피 실렛은 지난해 11,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의상 제공 거부 촉구 서한을 발표하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녀는 "나는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 모든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존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넥스트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드레싱이나 제휴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공개 서한에서 "그녀의 남편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밝힌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수사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 나는 나의 동료 디자이너들도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로 디자이너인 타미 힐피거는 새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의상 제공에 찬성했다. 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힐 것이다. 그녀가 어떤 디자이너의 옷도 멋있게 연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톰 포드는 의상 제공 거부 입장이다. 그는 2017 골든 글로브 어워즈 동안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을 감안할 때, 그들이 입는 옷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이든 혹은 퍼스트레이디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만든 옷을 입어야 한다. 내 옷은 이탈리아에서 만들기 때문에 매우 비싸다. 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이나 남성들이 그것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퍼스트레이디와 대통령은 모든 미국 국민들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멜라니아 트럼프에 대한 의상 제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멜라니아는 혼자서도 옷을 아주 잘 입고 그녀는 흠잡을 것이 없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옷을 더 잘 입는다. 멜리니아 트럼프가 투표장에서 입은 카멜 코트와 화이트 드레스는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누군가 그녀에게 스타일을 조언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녀가 옷을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나는 수락할 것이다. 그것이 내 목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원로 디자이너인 캐롤리나 헤레라가 역시 찬성 입장이다. 그녀는 뉴욕에서 열린 여성 지도자 회의에서 "나는 그녀에게 의상 제공을 할 것이다. 이 나라의 퍼스트레이디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에게 옷을 입히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영광일 뿐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다그것은 대중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원로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역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물론, 나는 멜리니아 트럼프에게 옷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미국 디자이너 그룹의 맏형 격인 마크 제이콥스 역시 힐러리 클린터 지지자답게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멜라니아 트럼프가 무슨 옷을 입건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소피 실렛의 의상 제공 거부 서한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도날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 의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의 모든 힘을 쏟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신시아 로리는 다소 조심스러운 수용 입장을 보였다. 그녀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이 열띤 논쟁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바로 구입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을 제어할 수는 없다. 디자이너들은 고민을 해야 하며 디자이너의 양심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날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민감한 중국계 미국 디자이너 데릭 램 역시 반대 디자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거 결과에 대한 견해를 표명할 때부터 지인들로부터 의견 표출에 대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나는 보다 정당하게 존경하고 상호 존중하는 세상을 향한 노력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 가바나는 찬성 입장이다. 지난 4월초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블랙 블레이저를 착용한 백악관 초상화 사진을 공개했을 때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디자이너 스테파노 가바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멜라니아 트럼프 #DG우먼 우리를 #메이드인이태리잇으로 만들어 주어 감사한다(Melania Trump #DGwoman ♥♥♥♥♥♥ thank you us #madeinitalyit)"는 댓글을 게시했다.

 



인턴 시절, 미셸 오바마를 위한 드레스를 디자인해 일약 스타가 된 젊은 디자이너 타냐 테일러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혔지만 수용 입장이다. 그녀는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글쎄, 우리는 누군가에게 옷을 입힐 기회가 생기다면 조심해서 선택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여성을 후원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여배우나 뮤지션도 마찬가지다. 나는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의상 제공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나는 퍼스트레이디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 디자이너 필립 림 역시 반대 입장이다. 그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우리는 비슷한 가치관, 욕망, 포괄성 그리고 다양성, 정의, 의식, 헌신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트럼프 여사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오프닝 세레모니 디자이너 움베르토 레옹 역시 반대 입장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아무도 의상 제공을 찬성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녀가 당신의 옷을 산다면, 사람들에게 그것은 후원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명예회장인 원로 디자이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는 찬성 입장이다. 그녀는 'WWD'와의 인터뷰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이제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이전의 퍼스트레이디들처럼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패션인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아름다움, 포괄성,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하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 디자이너로 미셸 오바마의 사랑을 받았던 나임 칸은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러나 나는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충성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새로운 행정부에는 무엇인가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에 어디로 흘러갈지 두렵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젊은 브랜드 랙&본은 다른 젊은 동료 디자이너들과 달리 의외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듀오 브랜드 랙앤본의 디자이너 마커스 웨인라이트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멜리니아 트럼프에게 옷 입히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위선적인 태도다. 만약 우리가 포괄성에 대해 말하고 미국 제조업을 다시 훌륭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개인적인 정치적 신념 이전에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의 입장은 다소 중립적이지만 의상 제공 수용에 가깝다. 디자이너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찬성 입장이며 이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를 위한 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취임식날 블루 컬러의 랄프 로렌 의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브랜드는 #boycottralphlaure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대중들로 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멜라니나 트럼프의 스타일 감각은 모델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 미셸 오바마 보바마 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며 언론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지향적인 남편 도날드 트럼프의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치색 때문에 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다가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다소 대중적인 가격대의 패션을 수용하는 유럽의 여성 왕족들처럼 그녀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이기 때문에 자국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강구해야 할 듯하다.


아울러 트럼프 이미지와 자신을 분리시키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했던 지금까지의 사치스러운 취향을 4년 동안 자제해야 할 듯하다. 미국만큼 애국주의가 강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9월의 뉴욕패션위크에서 미국 디자이너들이 어떤 정치적 패션 행동을 보일지는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달려 있는 듯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